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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인의 잡담(박세현 산문집, 작가와비평 발행) 가끔, 나는 내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쓸쓸한 오해와 착각. 한시절의 들숨과 날숨이 여기 다 모여 산다. 심심해서 그리고 손이 굳을까봐 해 본 타자다. 먼 훗날, 언젠가 (지금이 그날이지만) 이 책을 펼쳐놓고 나는 물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였던가? ― 중에서 시에 관한 단상과 산문과 시가 뒤섞인 비빔밥 같은 책이 등장했다 ≪시인의 잡담≫은 1983년 제1회 문예중앙신인상으로 등단, ≪헌정≫을 비롯한 여덟 권의 시집과 산문집 ≪설렘≫을 가지고 있는 중견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이 책은 아포리즘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저자는 산문집으로 호명한다. 아포리즘이 보여 주는 결정론적 판단을 사양하고자 저자는 굳이 산문집이라는 장르명을 선택했고, 산문의 한자어 산이 흩어졌다는 뜻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중심.. 더보기
드라이아이스(홍지화 단편소설모음집, 작가와비평 발행) 사는 게 고단한 당신, 당신의 꿈은 아직 안녕한가요? 옛 속담에 콩 심은 곳에 콩 나고 팥 심은 곳에 팥 난다는 말이 있다.그러나 이 창작집에 실린 9편의 소설작품에서 저자는 위 말을 현대적으로 역설해 말하고 있다.“금수저한테서 금수저 나오고, 흙수저한테서 흙수저 나온다”라고.가슴 아프고 화나고, 요즘 시대에 인생유전이라는 게 말이 되냐며 부정하고 싶지만, 이게 바로 우리가 처한 리얼한 현실이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도가 사라진 지 100년도 훨씬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신(新) 카스트문화가 눈에 보이지 않게 작용한다. 학벌에 따라, 직업 및 경제력에 따라, 출신지와 거주지에 따라, 자기 자신이 아닌 부모의 직업과 집안환경에 따라 묘하게 계급화되어 인생의 희비가 엇갈린다. 작품들을 통해서 저자.. 더보기
헤이그의 왕자 위종(김제철 장편소설, 작가와비평 발행) 한말의 외교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한국 최초의 세계인 이위종-파란만장한 삶의 대서사시- ○ 유년 시절 근대식 교육 ○ 한국인 최연소 도미 유학(1896년: 10세) ○ 한국인 최초의 파리 유학생(1901년: 15세): 프랑스 생 시르 육군사관학교 ○ 한국인 최연소 외교관(1903녀: 17세): 주러시아 한국공사관 3등 참서관 ○ 헤이그 만국회의 특사(1907년: 21세) ○ 연해주 한인의병대 조직(1908년: 22세): 동의회 회장 ○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기획(1909년: 23세) ○ 한국인 최초 모스코바 군사학교 졸업(1915년: 29세) ○ 제1차세계대전 참전(1916년: 30세) ○ 소비에트 극동군 한인사령관, 대일항전(1921년:35세) ○ 소비에트 한국 건설 추진, 사망 (1922년: 3.. 더보기
시만 모르는 것(박세현 산문집, 작가와비평 발행) 시의 백(魄)을 서술 ≪시만 모르는 것≫은 ≪시인의 잡담≫에 이어지는 시인 박세현의 통산 세 번째 산문집이다. 시인의 산문 3부작이라 호명할 수 있다. 더 멀게는 저자의 산문집 ≪설렘≫과 인연을 맺는 책이다. 저자가 공들이는 산문은 시에 관한 파편적인 생각들을 모아보는 문장연습 같은 것이다. 앞서 출간된 ≪시인의 잡담≫이 시에 관한 점적(點的)인 생각이라면 이 책은 점을 감싸는 면적(面的)인 책이다. 다르게 말해 ≪시인의 잡담≫이 시의 혼(魂)을 두고 쓴 책이라면 이번 산문집 ≪시만 모르는 것≫은 시의 백(魄)을 서술한 책이 된다. 두 권의 산문집은 서로의 내면을 투영하는 책이다. 저자는 시가 망했다는 지론을 여지없이 견지한다.시를 둘러싼 영업적 메커니즘의 지속과 상관없이 시는 국가의 요양보호 없이는 지.. 더보기
13월의 시(이상규 시집, 작가와비평 발행) 원시성의 회복 그의 시가 지향하는 것은 원래 시의 고향이었던 주술과 마법으로서, 시를 만든 그 원천으로 돌아가려는 태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원래 주술은(나중에는 마법이 되고 마술이 되었다) 누군가와 무엇을 축복할 수도 있고, 누군가와 무엇을 저주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주술은 우리의 생명과 같은 것이었다. 생명을 지키거나 생명을 없애는 것, 그것이 바로 주술이었다. 그런 힘들을 향한 믿음은 그의 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손녀 윤이는캐들거리는 웃음소리로추석 무렵의 수성못 들안길과이상화의 빼앗긴 들과 그의 침실과갖고 놀던 장난감 자동차와아내의 얼굴과 아침 배달 조간신문과멍멍이와 침대와 소파와훈민정음 해례본과여진족이 쓰던 문자와그리고 손녀가 머물던 빈자리까지 모조리― 부분 원시성이란 멀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