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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환영이 있는 거리](시인 박문구 단편소설 모음집)

현실의 <소화불량>, 소설 속에서 만나는 <힐링>




도서명: 환영이 있는 거리

지은이: 박문구


펴낸곳: 작가와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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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판(148×210) / 288쪽 / 값 12,000원

발행일: 2012. 08. 20.

ISBN: 978-89-97190-37-9 03810

분야: 문학>한국문학



박문구의 소설은 인간의 고립되고 빡빡한 삶의 그늘을 중요한 소재로 다룬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와 거리를 유지하려는 욕구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러한 모순적인 양면성을 바탕으로 박문구의 소설은 인간의 총체적인 근원에 도달하고자 한다.


박문구의 첫 소설집 『환영이 있는 거리』에는 총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박문구 소설은 현실에서 벗어난, 이탈한, 깨어진, 막힌 공간에서 인물들이 벌이는 드라마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 중 「데드 마스크」는 지금-여기의 우리 자신이 두려워하고, 겁먹은 현실을 드러낸다. 

또한 그 현실 속 주인공 ‘나’가 설정한 힐링의 공간이 나타난다. 

우리는 그 힐링의 공간을 소설 속에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인형과 술꾼」, 「역사의 후예」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상징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거대한 회색빛 향유고래가 주어진 생명을 다하고 한없이 깊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때, 

어둡고 깊은 바다 속에서 서서히 퍼져나가는 용연향의 향기’라는 표현이다. 

박문구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그늘진 인물들의 모습을 여실히 나타내 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허구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 안에는 현실과 진실이 담겨 있다. 

『환영이 있는 거리』소설 속의 주된 무대는 모두 작가가 살아온 공간 안에 있다. 

그리고 현실에 빠져 있는 인물들에게 투영된 모습은 작가와 바로 우리의 진실된 모습일 것이다.

『환영이 있는 거리』에 서 있는 그대들, 그 거리에서 겁먹은 내면 그리고 서서히 퍼져나가는 용연의 향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돌 옆에 가면 돌 비슷한 물질로 변해버리는 것, 

혹은 부지런한 사회생활에 잠기고 잠기다가 자신도 모르게 화석 비슷하게 변해버리는 것. 

너 나 모두 정신없이 먹고 자고 일하는 동안 우리는 모두 그렇게 석화되어 가는지도 모른다.

무한한 세계와 대립되는 개인의 가장 아늑한 곳, 

우리들이 그냥 편하게 아파트라고 이름붙인 구조물 속에서 타인과 단절된 편안하고 아늑함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곳에서 한 가족이 일생을 살아가지만 그것이 절대적 단절이 아니라는 외침은 듣지 못한다.


‘사람들은 아파트의 든든한 벽을 꽤나 의지하는 편이지만 전 그렇지 않습니다. 

속을 들여다본다는 것. 아파트가 외벽으로 막혔다고 반드시 시선이 단절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인형과 술꾼」에서 사내의 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튼튼한 외벽은 얼마나 단단한가. 

일단 들어가면 철저하게 외부와 격리되어 혼자거나 혹은 한 가족의 안위가 얼마나 행복하게 보장되는가. 

그 보장됨을 우리는 믿고 또 믿지만 그러나 ‘사내’의 말 한 마디로 그 단단한 외벽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우리들의 정신도 그러할 것. 

수십 년 동안 외부 충격에 길들여 온 머리 구조가 바로 아파트와 같다면 그 구조를 깨부술 충격은 역시 ‘사내’의 말 하나로 충분하다. 

일상성에 잠기고 쌓여 석화된 잔해를 끌고 우리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아침에 눈 비비며 출근하지만, 

역시 우리는‘깨어짐’을 두려워한다. 

아니, 아예 ‘깨어짐의 세계’를 모르고 있지나 않은가.

그러하다. 

이 소설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이차원 시선을 삼차원의 시선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사내’의 거친 시선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가 거칠고 억센 세포를 말아먹고 사는 동안 슬며시 석화된 자신을 이 소설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 책속으로 ]


‘나는 직감했다. 비록 손은 거친 황야에 시달려 죽죽 갈라지고 터져서 상처투성이지만, 한 번도 물맛을 본 적이 없었을 지저분한 작업복과, 남발한 회색빛 머리칼 속에 마른 검불이 틈틈이 박히고, 필터가 타들어갈 정도로 독한 담배를 연신 피워대지만, 그는 바람의 강약과 습한 정도에 따라 말과 양들이 그 해 먹어치울 풀의 성장점을 정확히 짐작할 수 있으며, 한겨울 북풍의 거센 눈보라 속에서도 말의 가벼운 신음이 두터운 천막의 올올을 헤집고 들어오는 미세한 소리도 끄집어 낼 수 있는 예민한 청각과, 8월의 아침 일찍 일어나 겔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서, 누런 황토를 빽빽이 덮고 있는 이슬 먹은 풀의 날선 눈초리만 보아도 곧 밀려 올 가을의 메마른 바람과 겨울의 칼날 같은 눈의 깊이까지도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들은 그렇게 가축의 커다란 눈빛에 잠기며 대초원의 밀밀하게 다가오는 바람의 틈에서 살아갈 자연의 적자가 분명했다.

▸▸「시간의 저편」 중에서


소설을 잘 읽었다. 여기 쓰이는 ‘잘’은 ‘싹’, ‘재미있게’, ‘탈 없이’ 등에 다 걸리는 뜻이다. 그러나 미처 덜 읽힌 한 편, 「시간의 저 편」은 이 소설집의 과잉으로 남아 있다. 이 소설에는 몽골의 대초원이 배경으로 제시된다. 독자의 감각 속에 시원하고 푸른 통감각을 열어놓는 소설이다. 목마름과 아랫배 통증을 호소하던 ‘나’가 ‘시간의 저편에서 태고의 지표를 울리면서 다가오는 원시의 음향이 거대한 날개로 광막한 허공을 수만 갈래로 찢으면서 태양의 반대편으로 밀려가는’ 드라마를 겪으면서 배변하는 일은 그에게 ‘통쾌감’의 극치를 선물한다. 통변이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없다면 소설의 이 장면을 통변으로 이름지어야 하리라. 박문구 소설의 인물들이 공통적 유전자인 현실에 대한 소화불량이 일거에 해소되는 순간이다. ‘시간의 저 편’이 아니라, 작가는 소설의 저 편을 응시한다. 언어 이전, 현실 이전부터 존재하는 야생적 사유에 대한 갈망은 소설 ‘너머’를 갈망한다. 향유고래는 작가가 지향하는 야생적 사유의 매개물이었다. 작가는 언어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허구도 손 대지 못한 절대적 야생의 세계를 꿈 꾼다. 소설가가 동경하는 ‘시간의 저 편’은 몽골 대초원이 의미하는 초월적 의미가 될 것이다. 그것을 나는 박문구 ‘소설의 저 편’이라 명명한다.

▸▸소설의 저 편_박세현의 발문 중에서


[ 차 례 ]


사(力士)의 후예(後裔) 

군(敵軍)

영(幻影)이 있는 거리

형과 술꾼

간의 저편

드 마스크

쇠바람을 기다리며

꾼 시절


<발문>소설의 저 편_박세현



[ 작가 소개 ]


지은이 박문구

강원도 삼척에서 출생.

강릉고, 관동대 국어과 졸업.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후 주로 정선, 강릉, 삼척의 으로, 점으로 아다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