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기록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사람들의 숨결을 함께 호흡해 볼 수 있는 책
포산 들꽃
고문서를 토대로 그려진 임진왜란
왜적의 진입로였던 영남의 의병들, 나라를 보위한 그 위대한 숨결
포산(현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에서 발굴된 현풍 진주 하씨 무덤에서 나온 한글 편지와 고목과 배자 등의 고문서를 소재로 하고 남명 조식 선생의 문하였던 고대 정경운 선생이 남긴『고대일기(孤臺日記)』를 배경으로 하여 임진왜란기 때에 영남 사람들의 일상사를 그린 상상적 팩션입니다. 위란의 시대를 건너온 우리의 역사는 사민들과 하민이 하나가 되었기에 지속이 가능했습니다.
임진왜란기에 이순신이나 원균 장군과 같은 뛰어난 장수들의 휘하에는 이름 없이 죽어 간 많은 하민과 사졸들이 있었습니다. 왜적의 진입로였던 영남의 좌로 우로 중로를 틀어막았던 의병들, 나라를 보위한 그 위대한 숨결을 함께 호흡해 보시기 바랍니다.
임진왜란, 우리가 알지 못한 그 뒷이야기
나라를 지키는 백성들,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용맹함
세계사에서 나라를 잃어버린 민족과 백성들은 숱하게 많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숱한 외침의 상흔 속에서도 백성들이 나라를 꿋꿋이 지켜 왔습니다. 그 힘은 백성들이 여럿이면서도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삶의 질서 속에서 기꺼이 손을 함께 잡을 수 있는 하나가 되는 슬기와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지금은 대구광역시에 편입되었으나 조선조에는 수성현과 더불어 현풍현으로 이루고 있었던 낙동강 기슭에 자리 잡은 달성군 현풍, 곧 포산에서 이루어진 임란왜란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유유히 흘러가는, 말없는 저 푸른 낙동강 변에서 한양으로 진격하는 왜적을 빈 몸으로 그 길을 틀어막으며 죽어 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영남의 의병은 나라가 망하기 직전에 다시 나라를 일으키는 희생적 역할을 한 것입니다. 왜적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후방의 왜적의 힘을 분산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라로부터 아무 보상도 없이 숱하게 죽어 갔습니다.
그들의 영혼을 기리고 살아남은 이의 숭고한 용맹함을 오래 기려야 할 것입니다.
■책 속으로■
슬프도다
행궁께서 천만리 머나 먼 곳에서 상황을 통촉하고 계시는지.
제 혼자만 잘 살면 된다는 썩은 나무가 조정을 좌지우지하고 걸어 다니는 얼이 나간 시체가 권력을 쥐고 있으니 나라의 불행이 점점 다가오고 있구나.
백면의 서생이 강호의 뭇 별들의 북극을 향하는 것처럼 임군을 향한 생각을 감당할 수 없었다.
번성하면 쇠퇴하기 마련이고, 오래되면 변하기 마련이다.
하늘의 도리를 어긴 왜적이 이 땅에 건너 와 살육과 약탈을 시작한 지 벌써 한 해가 다 되었다.
임금께서 내리신 유서의 글자 한 자 한 자 사이로 행간과 행간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 긴 강물을 이루는도다.
큰 돼지와 긴 구렁이 같은 악한 무리들이 도처에 가득하여 이 땅을 더럽히고 우리 풍속을 짓밟은 지 한 해가 지나가도 그치지 않았다.
온 산천은 텅텅 비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쑥대와 갈대뿐이다. 굶어죽은 시체와 총과 칼에 죽은 시체가 들판과 골짜기를 가득 매우고 있다. 온 나라의 책들은 불길에 휩싸여 타 버리고 닥치는 대로 훔쳐가니 해와 달이 다시 빛날 날을 어이 기약하리.
백성들의 인심은 아귀다툼으로 땅바닥에 떨어지고 사민과 하민의 절도는 유리그릇처럼 깨어졌다.
―「포산 들꽃」 중에서
이 이야기의 배경은 경상우도와 조도의 변경에 있는 포산(현풍)이다. 상주와 진주를 잇는 낙동강의 우측 경상우도와 상주와 경주를 잇는 경상좌도는 임란의 최대 피해 지역이었다.
‘경’과 ‘의’를 존숭하며 수양의 도를 지고한 가치로 존자들에게 퍼져 갈 것이다.
법이라는 제도와 제약이 권력의 힘으로 자생된 세상에서는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없는 일이다.
탈국가주의나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길목을 지켜낼 사람은 반드시 사람의 변화를 통해 제도와 제약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약탈에 의한 승리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알면서도 뛰어넘지 못하는 벽을 허무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야 한다.
그러한 기대조차 없다면 우리는 지금도 전쟁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무런 죄도 없이 칼을 맞고 쓰러진 이들의 상처를, 그 참혹한 생애를 역사를 통해서만 읽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여럿이면서 하나이어야 한다.
―「전쟁, 참혹한 생애」 중에서
■목차■
머리말
일즉다(一卽多)
사효자굴의 참사
불무쟁이 철래
하늘개
화적패 억술이
갈등
연노
삼지도
화승총알을 막아라
계명워리, 달래
홍이장군
별이 땅에 지다
진주성
포산 들꽃
전쟁, 참혹한 생애
■지은이■
■이상규
1953년 경북 영천 태생으로 1978년『현대시학』을 통해 시인 추천을 받았다.
『종이 다발』,『대답 없는 질문』,『헬리콥터와 새』,『강이천과 서호수』등의 시집을 발표하였으며 아직 소년처럼 소설가의 꿈을 접지 못하고 60년 만에 이룬 첫 작품이다. 남은 생애를 글쟁이로 소진하려고 한다. 아무 결정권을 갖지 못한 소수자의 목소리로 글을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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