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 통에 어느새 머리만 희어졌구나
몇번 목숨을 버리려하였건만 그러질 못하였네
하지만 오늘만은 진정 어쩔 수가 없으니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만이 아득한 하늘을 비추는구나.
요사한 기운 뒤덮어 천제성(天帝星)도 자리를 옮기니
구중궁궐 침침해라 낮 누수(漏水)소리만 길고나
상감 조서(詔書) 이제부턴 다시 없을테지
아름다운 한장 글에 눈물만 하염없구나.
새 짐승도 슬피울고 산악 해수 다 찡기는듯
무궁화삼천리가 이미 영락되다니
가을밤 등불아래 책을 덮고서 옛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승에서 지식인 노릇하기 정히 어렵구나.
일찍이 조정을 버틸만한 하찮은 공도 없었으니
그저 내 마음 차마 말 수 없어 죽을뿐 충성하려는건 아니라
기껏 겨우 윤곡(尹穀)을 뒤따름에 그칠뿐
당시 진동(陳東)의 뒤를 밟지못함이 부끄러워라.
(시인 황현 선생의 [절명시] 4수)
http://www.facebook.com/note.php?note_id=167547633282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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