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꽃은 왜 아름다운가(상・하)
지은이: 장혜영
펴낸곳: 작가와비평
국판 변형(148×200) / 상 328면, 하 316면 / 값 각권 11,000원
발행일: 2011.08.30
분야: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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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장혜영
1955년 중국 밀산시 출생.
중등학교 국어교사, 흑룡강 조선민족출판사 편집을 역임했으며, 단편소설 「하이네와 앵앵」으로 중국 문단에 데뷔하였다. 장편소설 <<희망탑>>, <<흉수와 악마>>, <<여자의 문>> 작품집 <<하늘과 땅과 바다>> 외에 단편소설 70여 편, 중편소설 10여 편을 발표하였으며, 중편소설 <러시아에서 만난 여인> 등이 일본 신간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장편소설대상, 도라지문학상 등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중국작가협회 연변분회 및 흑룡강분회 회원, 흑룡강조선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는 <<카이네 기생>>, <<한국 전통문화의 허울을 벗기다: 한중 문화 심층 해부>>, <<한국의 고대사를 해부한다>>, <<붉은 아침>>(1,2), <<바람의 아들>>, <<살아남은 전설>>(1,2), <<한국을 해부한다>>, <<여자의 문>>(1,2) 등을 출간하였다.
[지은이에 대한 추가 자료]
장혜영 현상, 우리 소설의 또 하나의 가능성
<<연변문학>> 2007년 7월호
2006년 11월 25일, 중국 조선족 소설가 장혜영의 장편소설 <<무지개 그림자>>가 한국 신성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343페이지, 40여만 자에 달하는 이 묵직한 장편소설은 장혜영 소설가가 한국에서 출판하는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장혜영 소설가는 이에 앞서 2000년도에 장편소설 <<여자의 문>>(전 2권)과 장편소설 <<희망탑>>을 출간한 바 있으며, 2003년 한국 실천문학사에서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전 2권)을 출간하였다. 이외 그는 또한 2002년, 한국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인문도서 <<한국을 해부한다>>를 한국 국학자료원에서 출판하였는데, 이 도서는 그후 한국 인문학계열 대학교재에 선정되었고 2005년에는 전자책으로 재출판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는 금년 8월에 출간되어 이제 곧 독자들과 대면할 두 번째 장편인문도서가 있으며 손에는 전 2권으로 된 역사소설 <<피의 나라>>, 장편소설 <<석불>>, 철학소설 <<태양은 산너머에 있다>> 등 두툼한 원고들이 있어 한창 한국 내 여러 출판사들과 출판협의 중에 있다.
한 소설가로 놓고 볼 때 불과 6~7년 사이에 이와 같은 풍성한 창작적 성취를 이루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장혜영 소설가의 이와 같은 창작적 성취는 소설가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문단에 특기할 만한 하나의 현상을 이루어내면서 목하 침체 중에 있는 우리 중국 조선족 소설문학에 또 하나의 소중한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 있다.
1. 장혜영, 그는 누구인가?
장혜영은 연변작가협회 회원 및 흑룡강 조선족작가협회 회원으로 우리 중국조선족문단의 평범한 소설가였다. 1955년 3월 2일, 흑룡강성 밀산에서 출생한 그는 고향에서 소학교, 중학교를 다니고 당시 그 세대의 보통 젊은이들처럼 귀향하여 농사일을 하였다. 고향에서 한 마을처녀(부인 함명순)와 결혼하여 떡판 같은 아들 형제 초령이와 초봉이를 얻었다. 그 후 흑룡강성 림구현 룡조조선족향에 가서 중학교 교원으로 있었으며 목단강시의 흑룡강성 조선민족출판사에서 문학편집을 담당하였고 자신의 애호였던 문학창작에 전념하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는 단편소설 「하이네와 앵앵」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화엄사의 종소리」 등 단편소설 80여 편, 「오나무 뜨락에서」 등 중편소설 10여 편, 「원동땅에서의 88일」 등 실화와 기행문, 수필, 시 수십 편을 발표하는 데 이르렀다. 그 후 <<희망탑>>, <<흉수와 악마>>, <<여자의 문>> 등 여러 부의 장편소설을 발표하고 중단편소설집 <<하늘과 땅과 바다>>(흑룡강 조선민족출판사)를 내기도 했는데 그중 <<러시아에서 만난 여인>> 등 작품이 일본의 ‘신간사’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또한 장편소설 <<희망탑>>으로 흑룡강신문사의 ‘제3회 신춘문예’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그밖에 <진달래문학상>, <압록강문학상>, <도라지문학상> 등 다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과거형서술이다. 우리 중국조선족문단의 대부분 작가들처럼 작품을 쓰고 작품집을 내고 두루 상을 받고 또 우리나라의 30~40대의 여느 가장들처럼 직장에 출근하고 월급을 받아 아내에게 바치며 아이들 학교 뒷바라지를 하는 등등 평범한 일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불현듯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을 깡그리 뒤집어엎어버리고 난파선 같이 험난하고 낭떠러지길 같이 위태로운 다른 한 갈래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때가 지난 세기의 마지막 해가 기우는 1999년이었으며 새천년이 막 시작되는 2000년 벽두였다. 그는 가슴에 장편소설 원고 몇 부를 품고 아내와 함께 단 둘이서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 나타났던 것이다. 어떤 거창한 사업성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든든한 인맥이 있어 뒷줄을 봐줄 만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기가 수십 년 동안 혼신을 다바쳤던 문학이, 소설이 그가 바랄 수 있는 행운의 밧줄이고 기댈 수 있는 구원과 믿음의 구세주였던 것이다.
“혈혈단신, 단창필마”라는 사자성구(四字成句)는 바로 이럴 때, 이런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인가? 그는 이렇게 서울과 지방의 뒷골목 셋방을 전전하며 묵직한 소설 원고를 품에 안고 여러 출판사를 찾아다녔으며 아내는 하루 종일 식당일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푼돈을 모아 생활비를 충당하였다. 또한 당시의 험악한 상황은 그들 두 부부간에게만 국한되는 형편만이 아니었다. 고향의 빈집에 두고 온 아들 두 형제, 당시 큰아들 초령이는 중학생으로 대학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며 막내 초봉이는 엄마, 아빠 앞에서 한창 재롱이나 부릴 코흘리개 소학생이었던 것이다. 천리밖, 하늘밖에 두고 온 아이들은 이모네 등 일가친척들과 동네이웃이 돌보고 그들은 아무런 보장도 없이 ‘눈 감으면 코 베간다’는 서울복판을 빈손으로 휘젓고 있으니 정말 제 정신이 아니고서야, 미치지 않고서야, 넋과 혼이 어딘가 잘못되지 않고서야 이런 무모한 짓을 벌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 장혜영, 소설가 장혜영이었다. 이와 같은 그의 무모한 도전에 하늘도 감동되었는지 본문의 서두에서 서술하였던 바와 같이 2000년도에 장편소설 <<여자의 문>>(전 2권)과 장편소설 <<희망탑>>이 각기 한국 태동출판사, 한국 도서출판 초지일관에서 출간되었던 것이다. 그의 필력과 소설적 재능이 마침내 한국출판계의 승인을 받았던 것이다. 이것은 소설가 장혜영에게 큰 힘이 되었으며 오늘에 이르는 보증수표가 되였다. 그 후 또한 금상첨화로 그동안 소년가장으로 힘들게 어린 동생 초봉이를 돌보며 공부하던 큰아들 초령이가 북경의 유명 대학교에 붙었고 현재는 대학을 졸업하여 모 성급 신문사의 기자가 되여 언론인의 길을 열어가고 있으며 막내 초봉이도 대도시 모 대학의 어엿한 2학년 대학생으로 되었다.
이와 같이 아들들은 부모의 큰 자랑으로, 또 아버지, 어머니는 아이들의 자랑으로 된 오늘의 현실을 시련과 고난으로 점철되었던 그 몇 년 전에는 상상이나 하였을까. 아니, 인간 장혜영, 소설가 장혜영은 분명 오늘과 같은 현실이 반드시 그들 가족에 찾아오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을 것이다. 장혜영, 그는 결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운명에 걸고 한판 막판 뒤집기나 바라는 무모한 사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2. 장혜영, 그의 소설을 읽다
장혜영 소설가가 한국에 가서 2000년도에 처음 출간한 장편소설 <<여자의 문>>(전 2권)과 <<희망탑>>이 중국에서 써서 품고 간 소설 원고였다면 2003년 한국 실천문학사에서 출판한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전 2권)은 그가 한국 현지에 가서 집필한 장편소설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국에 가서 3년간 그는 한해에 한 부 꼴로 3부의 장편소설 원고를 완성하였는데 <<살아남은 전설>>(전 2권)은 그중 처녀출간으로 세상에 나오는 책으로 한국의 기성작가들과 한판 승부수를 펼치는 의미 있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은 전설과 역사적 현실을 넘나들며 4세대에 걸친 중국 조선족 여성사의 질곡을 그린 묵직한 작품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체로 출판사 편집부장인 동혜정이라는 여성이 봉건윤리에 짓눌렸던 조선족 여인들의 한맺힌 삶의 기억이 장구한 세월 속에 전설로 전화됐음을 밝히는 이야기와 신세대 여성들의 뒤바뀐 연애이야기가 엇갈리는 형식으로 짜여졌다.
이 소설은 4세대에 걸친 여성사를 통해 이국땅에 뿌리내려온 우리 민족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함께 자본주의의 풍조가 휩쓸고 있는 오늘의 중국땅에서 심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여성윤리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치고 있다. 작가는 여인의 역사를 ‘한’으로 응축한 이전의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그것의 축적으로 잉태된 집단무의식을 해부함으로써 역사적 삶과 전설 사이의 장구한 시간에 육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교차시킴으로써 눈부신 문명사적 변화를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오늘의 뿌리를 되짚어볼 수 있는 풍부한 삶의 지표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특징이 있다.
소설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전설들에 내장된 상징성을 다각적으로 해석해내기도 하고, 남존여비의 뿌리 깊은 관습에 짓눌리며 살아온 여인들의 운명을 겹겹이 중첩시킴으로써 전설들의 내용이 단순한 허구가 아님을 역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 맺힌 삶의 기억들이 의식의 심층에 침전되어 집단무의식이 되고 이것이 장구한 세월 속에서 전설로 전화되었음을 파란만장한 삶으로써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소설가가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살아남은 전설>>들에는 피어린 삶으로 전승된 역사의 숨결이 담겨져 있는 셈이다. 즉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은 4세대에 걸치는 여성들의 일대기를 통해 역사적 삶과 전설을 넘나드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의 저명한 소설가 윤후명은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살아남는다는 건 부재의 부정이기에 앞서 은둔과 기대의 한계적 죽음이었으며 전설은 부패한 이 시체의 구멍 뚫린 현존의 공간에서 잠식을 꾀한다. 작가는 일탈과 중력이 상쇄하는 역사의 현장을 극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수많은 전설들 속에서 가치의 방황을 겪는 소설의 주인공들은 만날 수 없는 <타자>, 진리의 바다에서 카오스의 돛배를 타고 독자들의 구원을 갈구 하고 있다. 아무튼 작가를 따라 살아남은 전설의 미로를 산책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황홀한 전설의 제국을 발견하게 되며 그 진미에 흠뻑 도취 되고 만다. 그 까닭은 이 소설만이 전유 하고 있는 고유한 풍경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한국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황광수는 이 작품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국땅에 뿌리내리며 스스로 전설이 되어버린 여인 삼대, 그 끝자락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은 시장경제체제라는 혼돈의 바다에서 다시 한 번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에서 작가적 입지를 굳힌 장혜영은 반도 속에 웅크린 우리 역사를 만주벌판의 된서리와 비바람 속에서 펼쳐가다가 사회주의의 산맥을 넘어 자본주의의 난바다로 이끌어내고 있다. 이제 우리의 삶은 그들과 함께 부대끼며 엮어가야 할 시대적과제가 되고 있다.”
장혜영의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이 출간된 다음 한국의 권위적 일간지들인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세계일보≫ 그리고 ≪연합통신≫과 ≪출판저널≫ 등 신문, 잡지들에서 저마다 뒤질세라 성세가 큰 홍보전을 벌였다. 이것은 소설가 장혜영이 단순히 중국 조선족작가라는데 있다기보다는 그의 소설작품 자체가 이미 한국 독서계에 한걸음 진입하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출판저널≫에서 소설가 장혜영과 진행한 인터뷰내용이다. 인터뷰에서는 장혜영의 소설을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 있다.
“장혜영 씨는 모국어의 읽은 맛을 잘 알고 있는 작가다. 리듬과 운율을 타고 단번에 술술 읽히는 문장도 소설 읽기를 즐겁게 하지만 잊혀진 우리말을 읽는 맛 또한 새롭다. 전설만을 따로 두고 읽어도 재미있고 낯선 조선족사회의 한 단면도 볼 수 있는 소설의 미덕을 두루 갖춘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렇게 독자들에게 이 장편소설을 권하고 있는 한국 출판계에서는 장혜영 소설가의 작품 출판이 계기가 되여 중국 조선족문인들의 작품이 한국으로 진출하는 하나의 교두보로 될 것이 아닌 가 예견하며 이 사업을 추진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것은 그동안 한국의 일부 문인들이나 일부 출판계에 약속 없는 일견이 있었으니 바로 중국 조선족 문인들의 언어감각과 한국문인들의 언어감각이 전혀 틀리며 중국 조선족 문인들의 작품 구사가 자기네와는 퍽 뒤떨어졌다고 보아온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 중국 조선족작가들이 한국에서 작품을 출판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혹시 이런 저런 소개와 인맥으로 한 두 권의 소설책을 낸 사람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맥관련 출판이지 출판사 선정 출판은 아닌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하여 한춘 시인은 장혜영 소설가가 한국에서 <<희망탑>>, <<여자의 문>>을 이어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을 출판한 것은 우리 중국조선족 문인들에게 한국진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하면서 “지금 우리 문단을 보면 한국 일변도의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장혜영의 소설이 한국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이 사실을 통해 중국 조선족작가들은 중국조선족 그대로의 멋과 맛을 살려야 한국 독자들에게 새로운 풍경으로 안겨지고 또 자연스럽게 접수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2006년 11월 25일 한국 신성출판사에서 펴낸 장혜영 소설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 <<무지개 그림자>>는 상기 견해를 확실하게 입증하고 있다. 감각, 진리, 이성 등을 소재로 삼아 철학의 본질적 의미를 탐색한 이 작품은 소설가 장혜영의 문학적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는 작품으로서 그 기대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소설이다. 소설가는 책머리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진실의 오만은 인류 지성사만큼이나 유구한 역사 과정을 횡단하며 의미의 왕국을 통치해왔다. 진실이 표방하는 권위적 정당성의 종교적이기까지 한 지독한 명분은 실존적 진리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진리는 원존(原存)이 아닌 인간 의식의 피조물에 불과하다. 인식의 한계는 진리의 반경을 규제한다.
더 나아가 근원부재는 측정불가능의 결여를 양산하고 선택에 따른 모습의 천변만화는 가치중력의 압력을 풀며 진위판정의 자대를 굴절시킨다.
이처럼 진실에 내장된 상대성은, 모든 불확실함은 진리에로 접안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추파를 던짐으로서 급기야는 부당한 유혹으로 전락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악이 이 틈을 노려 진실의 탈을 쓰고 선을 대행하기도 한다.
선택자에 따라, 수요에 따라 진실은 실익과 타협하고 대변자가 되면서 드디어는 그 정당성이 의혹의 심판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진실도 현실공간에서 오염되면 세척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각은 믿을 수 있는가.
불확실한 감각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이성은 믿을 수 있는가.
이처럼 불투명한 감각과 이성으로 접근한 진리의 모습은 어디까지 진실한가.
소설은 바로 이런 철학적 질료를 섬약한 형상적 위장으로 소화해내야 하는 유례없는 고역의 현장이다. 그러나 형상적 사유의 여유 있는 탄력과 유연성은 경직된 소재를 예술적 기교의 도입으로 거뜬하게 요리하고 있다. 기복의 굴곡과 신비의 공간을 이동하는 스토리의 절묘한 묘기는 이 소설에서만 향유 할 수 있는 진미를 한껏 제공한다.”
이제 우리 독자들은 소설가 장혜영의 그 예리한 필봉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주목하게 된다.
3. 장혜영,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여기서는 우리 중국조선족문단의 소설가 한사람으로 현재 한국 서울에서 모 신문사 편집국장을 담당하고 있는 리동렬 작가의 글을 줄여서 옮겨 적는다.
“내가 작가 장혜영씨를 두 번째로 만난 곳은 지난해(2006년) 12월 말, 서울 노량진 국립중앙박물관에서였다. 마침 그의 저서 <<한국을 해부하다>>가 그곳에서 팔리고 있었다. 서점에서 살수 없던 책을 사게 되여 천만다행, 이 책은 한국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2002년 한국 국학자료원에서 출판하고 2005년에는 전자책으로 재출판 된 인문도서로서 한국대학교재 인문학계열에 선정된 터라 나는 오래전부터 한번 읽고 싶었었다.
장혜영, 현재 그는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조선족작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여름 첫 번째 만났을 때의 조금 경아했던 느낌이 이번에는 어딘가 존경심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제 갓 지천명에 들어선 그는 완연 선비타입의 사내였다.
아무리 중국 조선족 지식인이요 소설가라 해도, 한국 땅에 와서 단 하루도 일하지 않고 6년 동안 대한민국 서울시내 도서관, 서점을 다 돌며 수천 권의 책을 독파하면서 골방에 들어앉아 글만 써왔다면 누가 믿겠는가?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가 벌어서 챙겨주고 밀어준다 해도 중국조선족이라면 생각이 좀 다를 것이다. 한국의 꽤 이름 있는 문인들조차 글만 써서는 살기 힘든 곳, 세계에서 물가가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대한민국 서울이 아닌가?
국립중앙박물관을 돌면서 그는 나에게 역사, 문화, 종교, 무속, 철학 등을 곁들며 설명을 해주었다. 사회학, 자연학까지 포함한 그의 박식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는 한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선비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 결심했다고 한다. 물론 그러자면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을 소유해서 한국작가들이 읽어도 흠잡지 못할 글을 써내야 했고 소설의 의식과 구성, 표현방식에 이르기까지 세련미를 갖춰야 했다. 그것은 자신과의 대결일 뿐만아니라 중국 조선족작가의 자존심을 지키는 싸움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는 작품을 출판할 때에도 오직 작품으로 당당한 승부수를 띄웠다.
“장혜영… 어디, 뉘시던가?” 하고 출판상이 물으면,
“별로 이름 없는, 그저 조선족작가라 생각하면 됩니다.”하고 깍듯이 인사하고 나왔었다. 그래서 그는 원고료를 당당히 받으면서 책을 낼 수 있었다.
이는 한국에 오면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며 오히려 제 돈을 쓰지 않으면 원고료 한 푼 받지 못하고 책 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하는 조선족작가(또 그런 한국작가)들과 선명한 대비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오직 작품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실천해나간 것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주제의 생신함과 뛰어난 문장 구사능력, 세련된 문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비소설 <<한국을 해부하다>>에서 작가는 중국조선족이라는 특수한 신분에서 해탈하여 민족 정체성의 시점에서 우리 민족의 과거에서 보이는 구조적 약점을 진단하여 개선하려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였고 단순한 중국 조선족 입장에서 한국을 보는 그 어떤 편협한 시각이 아닌 학문이 고양하는 가치의 위계를 정립하는 고차원에서 한국, 나아가 국제화 진로개척중 우리 민족은 영원한 강자로 직립하여야 한다는 진지한 우환의식을 보여주어 너무 감명 깊었다.
우리 민족에게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사대성과 모방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과연 우리것이라고 떳떳하게 자랑할만한 고유사상과 문화란 무엇일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사유방식도 대담하고 독특했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화랑도에서부터 선비문화, 발달한 놀이문화, 실속 있는 한국의 대외의존경제, 범람하는 외래사상, 문학예술과 과학에서 보이는 모방사례들을 지적하고 정통성을 지닌 우리 고유문화로서의 무속과 민간신앙을 제시하고 한국의 역사를 정치, 경제, 문화, 사상, 풍속, 신앙 등 제반 영역에 거쳐 학술적인 집도(執刀)를 시도함으로써 굴절된 가치와 진리의 진면모를 원상 복귀시키려 시도했었다.
……
장혜영 소설가는 자신의 경력으로 글로벌시대에서 우리 중국 조선족작가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하고 작가의 자존심을 지켜나가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주면서 지식인들의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게 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것이 장혜영 소설가가 소지하고 있는 일관된 작가관이다. 그는 이 작가관으로 한국출판계에 진입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성공사례는 목하 침체 중에 있는 우리 중국 조선족 소설문학에 또 하나의 소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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