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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비평

꿈꾸는 토르소(김정남 평론집/ 작가와비평 발행)


토르소, 발길에 걷어차이는 내 문학의 가장 낮은 자리에!


뜨거운 심장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았다.


나는 꿈꾸는 토르소다.



나는 적어도 한 사람의 평자로서
작가와 시인들의 가난한 영혼 속에 들어가려 애썼다

김정남(소설가・문학평론가, 41)의 평론집 <<꿈꾸는 토르소>>(2011.7)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2002년 <<현대문학>>에 평론이,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각각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소설집 <<숨결>>(2010. 북인)로 제1회 김용익 소설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평론집은 2008년에 출간된 <<폐허, 이후>>에 이은 두 번째 평론집이다. 저자는 평론 작업과 소설 창작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를 말해주듯이 이 평론집에는 이성에 기초한 정치한 분석과 함께 따뜻한 창작자의 감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여기 묶어내는 나의 평론들은 모두 가슴으로 쓴 글들이다. 현학을 자랑하거나 관념을 덧입히지 않았다. 나는 적어도 한 사람의 평자로서 작가와 시인들의 가난한 영혼 속에 들어가려 애썼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일어선 언어들’에서는 한 시인의 시 세계를 조명한 시인론과 시집을 중심으로 한 작품론을, 2부 ‘미로의 언어들’에서는 소설을 대상으로 한 작가론과 주제론 그리고 개별 작품론을, 제3부 ‘꿈꾸는 언어들’에서는 주제론의 맥락에서 접근한 작품론과 단평들을 묶었다. 시에서는 서정춘・정호승・김선태로부터 손택수・이홍섭・김충규・김창균 시인에 이르는 신구세대 시인들이, 소설에서는 박민규・김훈・정지아・김연수・김애란・명지현・박선희 등 최근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비평의 대상이 된다.
저자는 “난삽한 인문적 지식을 전거 삼아, 작품의 의미를 재단하고 심지어 계도하려드는 비평가의 자세는, 각목을 들고 골목을 지키는 조폭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창작자들의 사투에 감읍하여 그들의 언어에 새 호흡을 불어넣고자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비평의 자세다. 인문학과 문화 전반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트랜스 크리틱’이 유행하는 요즘, 개별 작가와 작품들을 세세하게 매만지는 그의 손길이 귀하다. 무엇보다도 문학평론의 근본은 개별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응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는 필자의 비평의식은, 작품과 작가를 도외시한 채 거창한 인문학 담론으로 위세를 부리려는 평단의 유행과 분명하게 구분된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평론집은 자못 의의가 크다.


[ 책 속으로 ]

여기 묶어내는 나의 평론들은 모두 가슴으로 쓴 글들이다. 현학을 자랑하거나 관념을 덧입히지 않았다. 나는 적어도 한 사람의 평자로서 작가와 시인들의 가난한 영혼 속에 들어가려 애썼다. 그리하여 휘황한 언어의 성채를 쌓지 않고, 창작자들의 사투에 감읍하여 그들의 언어에 새 호흡을 불어넣고자 했다. 이것이 내 평론의 소박한 의미이자, 붓을 꺾지 않는 한 계속될 내 비평의 자세다. (<책머리에: 토르소의 변> 중에서)

그리하여 김기상 시인은 ‘참새’다. 그의 시 <푸르륵 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죽나무에게 ‘참’자(字)를 붙여 ‘참죽나무’라고 불러주면 좋아하듯, 살구나무에도 ‘개’자(字)가 붙기 전에 ‘참’자(字)를 붙여줘야 한다. 그런 “나무들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것이 참새다”. 녀석이 “나무마다 참자를 붙여주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기상 시인은 존재에 ‘참’자(字)를 새기는 사람이다. 대상의 폐부를 예민하게 꿰뚫는 그의 시적 직관은 날카롭되 부드러우며, 아프되 눈물겹다. 시인이 이름붙일 때마다 대상은 그 무명(無名)의 어둠을 벗고, 그 이름은 다시 시인의 내면과 공명하며 새로운 발견으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우리는 비로소 옥타비오 파스가 시적 영감에 대하여 언급한 위대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
세상에 ‘참’자(字)를 붙이다: 김기상 시집 <<푸르륵 참>> 혹은 타자성의 세계> 중에서)

시 스스로 말하도록 놓아 둘 것. 의미를 한정하는 모든 해석적 판단을 자제할 것. 단지 시를 안고 그 진실된 언어를 사랑할 것. 그리고 느낀 바를 조용히 말할 것. 이것이 이 글을 써 나갈 나의 낮은 자세다. 정호승 시인은 언어 그 자체에 매몰되거나 형이상학적 관념에 갇힌 자기조작의 늪을 단 한 번도 허우적거리지 않았다. 민중적 감수성에 기반한 초기의 경향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포함한 상처받은 가난한 존재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은 일관된 그의 시적 흐름이다. 이른바 시인론이라는 이름의 글이 씌어질 때, 흔히 초기/중기/후기로 대별되는 분곡점이 그의 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가 부박한 시류에 얽매이지 않고 일관되게 자신의 시관(詩觀)을 밀고 왔음을 잘 보여준다. (<
거룩한 슬픔: 정호승論> 중에서)

[ 목 차 ]

1 일어선 언어들
음지(陰地)에 사는 해바라기 혹은 시간의 수인(囚人): 윤예영 시집 <<해바라기 연대기>>
세상에 ‘참’자(字)를 붙이다: 김기상 시집 <<푸르륵 참>> 혹은 타자성의 세계
거룩한 슬픔: 정호승論
신성한 공포, 혹은 현존의 순간들: 박완호 시집 <<아내의 문신>>, 이선 시집 <<밤 두 시 십 분쯤>>
성소(聖所)의 세계 혹은 변경(邊境)의 시학: 손창기 시집 <<달팽이 聖者>>
생의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다: 김선태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
슬픔이 시가 되기까지: 이기선 시집 <<손이 닿지 않는 슬픔>>
‘세속 사원’에서 거둔 포월(抱越)의 한 경지: 복효근 시집 <<마늘촛불>>
감각이 역사적 실존과 만나는 자리: 김창균 시집 <<먼 북쪽>>
우주의 날씨를 그리는 기상도(氣象圖): 김충규 시집 <<아무 망설임 없이>>
우주의 원리 혹은 존재의 씨방: 나금숙 시집 <<레일라 바래다주기>>
백우선의 시 혹은 환대의 시학: 백우선 시집 <<봄의 프로펠러>>
물방울과 잉크: 서정춘 시집 <<물방울은 즐겁다>>, 문정영 시집 <<잉크>>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김나영 시집 <<수작>>, 유미애 시집 <<손톱>>

2부 미로의 언어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들: 한창훈·이명랑·이상섭의 소설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 정미경·김애란의 소설
일상의 속살: 양선미·정지아의 소설
존재의 왜상(歪像), 모델하우스 속의 그들: 박선희 소설집 <<미미>>
수사(修辭)의 논리, 혹은 식자우환의 세계: 감각의 혁신과 정치적 실천의 문제
문학적 핍진성과 체험의 진실성: 김용만 장편소설 <<春川屋 능수엄마>>
굴곡진 생을 긍정하다: 염승숙·송은일의 소설
생生이 숭엄한 이유: 정용준·문형렬의 소설
허위이거나 기만이거나 위선인 세계: 구병모·김지숙의 소설
소설에 바침: 명지현의 소설 혹은 귀신 목소리

3부 꿈꾸는 언어들
감각의 제국―감각과 인식의 반향: 윤석산·김충규·홍일표·연왕모·박형준의 시
‘텅 빈 충만’의 세계: 심재상·서안나·김민서·최금진·길상호의 시
고무줄놀이의 고통―시를 위한, 시에 의한, 시의 시: 조인선·정은숙·서영처·손택수·김선우·김이듬의 시
사랑하고 노래하고 싸우기 위하여: 김창균·이승하·최종천·최서림·김영근의 시
진흙 속에 핀 연꽃―외화내빈을 견디는 시: 이홍섭·이재무·차주일의 시
풍경과 관조의 언어: 고영의 <그림엽서> 연작 1~5에 대하여
사유의 임계점 혹은 불연기연(不然其然)의 세계: 이명수 시인의 근작시에 대하여
되살아오는 저 뜨겁고 푸른 시간들: 역사의 노둣돌 혹은 문효치의 ‘백제시편’
겨울을 품고 사는 시인의 기침: 이귀영 시인의 신작시에 대하여
생의 이면―단평(短評): 엄재국·강세환·심재상·차주일·김상미·이홍섭·이영광·김희업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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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꿈꾸는 토르소
지은이: 김정남
펴낸곳: 작가와비평
           전화번호_02-488-3280
           이메일_mykorea01@naver.com
           블로그_http://wekorea.tistory.com
발행일: 2011년 07월 20일
ISBN 978-89-955934-7-9 93810
신국판/400쪽/값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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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소개 ] 김정남

1970년생. 

2002년 <<현대문학>>에 평론 <디지털 사회의 풍경>이,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물의 사막>이 각각 당선되어 등단.
문학평론집 <<폐허, 이후>>(2008) 출간, 소설집 <<숨결>>(2010)로 제1회 김용익 소설 문학상 수상. 
현재, 계간 <<시인시각>>, <<시로여는세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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