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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괴물흥망사 (김성렬 소설집 / 작가와비평, 2014년 세종도서 우수문학도서)



■책소개■
(2014년 세종도서 우수문학도서)



  창작집은 인기를 끌지 못하여 출판사도 크게 반기지 않는 요즘의 풍토에 육십에 이른 장년의 교수가 단편집을 들고 나와 화제이다. 대진대 한국어문학부의 김성렬 교수가 그 주인공.  우리가 갑년이라 부르는 나이에 펴낸 그의 창작집은 육십 대까지를 장년이라 이르는 요즘 우리 시대의 세대 구분에 개연성이 있음을 새삼 깨우치는 동시에 곰삭은 장년의 인간통찰기로써 젊은 작가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풍미를 안겨준다.


괴물, 그의 끝을 보다


  「괴물흥망사」는 얼핏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는 괴기물인가 하는 짐작을 불러일으키지만 실상은 인간 욕망의 어두운 측면을 괴물에 빗댄 소설이다. 야심찬 중견과학자 유병호의 상승과 추락을 SF적 상상력과 욕망의 역학을 얽어 흥미를 유발하는 이 소설은 지젝이 말한바, 부정한 욕망의 추동자는 스스로 그 사슬에 얽히고 만다는 다소 낡아 보이는 인과론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


삶의 균형추를 전달하다


  ‘쉰세대’적 감각의 소산이라 그 스스로 지칭하는 이 소설집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그리하여 리얼리즘적 색채를 띠고 있지만 비평과 연구를 동시에 병행해 온 작가인 만큼 자아의 다중적 측면과 모순을 의식하는 시선도 담겨 있어 단선적인 현실주의에 머물고 있지는 않다. 자아의 균열과 모순을 의식하면서도 인과론이 통하는 세계를 추구하는 그의 문제의식은 형식의 쇄신에 몰두하는 젊은 목소리에 쉽게 기우는 우리 창작계에 ‘삶의 통찰과 방향 모색’이란 무게를 드리우는 균형추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학의 서사화


  소설의 본질이 그러하지만 나머지 작품들도 크게 보아 우리가 시정에서 만나는 필부들의 이런저런 삶의 면모를 담고 있는 점에서 ‘인간학의 서사화’이다. 특히 중편 「우리 사랑 흘러 흘러」와 단편 「한 여사 연대기」에서 그러한 면모가 약여하다. 「우리 사랑 흘러 흘러」는 서른 중반에 이미 여러 남자를 거쳐야 하는 ‘채령’이란 인물과 그녀를 지켜보는 오십 중반 미망인인 ‘나’의 시점을 통해 삶의 파란과 굴곡을 견디면서도 강물처럼 흐르는, 또는 흘러야 하는 인물들의 운명을 조명한다. 「한 여사 연대기」는 작가의 미국 연구년 체류기라 할 만한 것으로 삶의 곡절과 시비 가운데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중년의 미국 동포 한 여사의 삶이 흥미롭다.


■지은이■


김성렬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에서 국문학(한문학) 전공, 고려대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으로 석박사 학위 취득. 고려대, 충북대, 덕성여대, 서울여대 등에서 강의. 현재 대진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 ≪문화일보≫로 평론 등단.『광복 직후 좌우대립기의 문학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