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소중한 가치가 무엇일까?
『감언이설(甘言利說)』(양선규 지음, 작가와비평 발행)은 『장졸우교』(소설), 『용회이명』(영화), 『이굴위신』(고전), 『우청우탁(寓淸于濁)』(문식)에 이은 ‘인문학 수프 시리즈’의 다섯 번째이다. 요즘 우리는 바쁘다. 바쁘기에 ‘따뜻함’을 느낄 기회가 별로 없다. 저자는 ‘인문학 수프 시리즈’를 통해 우리에가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주제로 풀어냈다. 그의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은 바짝 말라 버린 마음에 물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주제를 통해 보는 우리의 삶에 대한 가치
『감언이설(甘言利說)』은 독서와 글쓰기, 상상력과 인간, 고전의 윤리, 사회와 문화 등 그동안 다루었던 다양한 주제들을 담고 있다. 형태로만 보면 이번 책은 앞선 『장졸우교』, 『용회이명』, 『이굴위신』, 『우청우탁』의 요약본이자 증보판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문학 작품들, 고전에서부터 우리의 사소한 일상까지, 그 광범위함 속에서 소중한 가치를 발견해낸다.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어디에 주안을 두어야 할 것인가, 예술작품에 반영된 작가의 상상력이 어떻게 우리를 쇄신하는가, 고전은 사랑과 도덕을 실천하기위해 어떠한 응답을 주는가, 일상 속에서 발견해내는 가치 있는 인문학적 요점들은 무언인가 등의 물음에 답변인 것이다. 이를 통해 각박해져 버린 우리의 생활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조금 더 가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목차
1. 독서와 글쓰기
책은 집에 없었다
일도(一刀)가 만도(萬刀)가 되는
자기를 고집하고 싶을 때
암기의 힘
거울 속의 나
젖어미의 추억
공간의 구성
고양이를 부탁해
한 줄로 요약할 수만 있다면
나를 몰라야
2. 상상력과 인간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계시는 어떻게 내려오는가
어린 왕자가 사는 곳
왜 헛것을 볼까
바라볼 수 있는 자리의 소중함
소설, 혹은 진득한 것들
늙어서도 또렷하면
둔재들의 공상
자애(慈愛)와 염치(廉恥)
사랑을 믿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시, 혹은 때거울
법담(法談)이든 화작(化作)이든
3. 고전의 윤리
매미를 잡거나 싸움닭을 키우거나
산목처럼 살거나 집거위처럼 살거나
스스로 기술을 일으켜야
하는 일 없이 사랑받고 싶으면
나이 들어 밭일을 해야 하는 까닭
반드시 이름을 먼저
간사한 법
아비의 마음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
아내는 왜 되찾아야 하나
황금풍뎅이, 혹은 첫사랑이라는 기표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는
4. 사회와 문화
체면 없는 것들
부부가 유별한 까닭
추성훈이라는 기호
얼굴 좀 생긴 것들은
본인을 대신하는 것들
도깨비 같은 것들
묵은 흙을 털어내며
마녀는 인간을 돼지로 바꾸고
놀 때는 놀아야
프로메테우스, 야장신, 해커
고단수(高段數) 콤플렉스
바보들의 기억
도둑질에도 도가 있다
지극한 것들과 커다란 긍정
발꿈치로 숨 쉬면서
▽▽▽
책 속으로
인문학은 결국 글쓰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자님이 직접 쓴 글을 접할 수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본디 큰 스승들은 조술祖述하되 말로써만 했다고는 하지만 내내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래서 『논어』의 저자들은 가급적이면 공자님의 말씀을 원형대로 보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 노력이 언제 읽어도 새로운 느낌(가르침)을 주는 고전古典으로서의 가치를 『논어』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자기를 고집하고 싶을 때> 중에서
살다 보면 여기저기서 ‘진득한 것들’을 만납니다. 어릴 때 만져 본 송진도 진득하고, 간혹 숟가락으로 떠먹는 꿀도 진득하고, 식빵에 발라먹는 땅콩버터나 딸기잼이나 사과잼도 진득하고, 식은 고깃국물 흘린 자국도 진득하고, 지워지지 않는 미련으로 남은 ‘옛날 애인’ 생각도 진득합니다. 그것들은 모두 고아진 것들이라 진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심장에 여진餘震을 남긴 채 내 곁을 떠난 것들은 언제나 진득합니다. 하여튼 각종 ‘고아지는 것들’은 다 진득합니다. 세월 따라 흐르는 우리네 인생도 차일피일(?) 너나없이 고아집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만사가 다 그렇게 진득하게 고아지는 일투성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그런 진득한 것들의 표상으로 노인들(늙은 아버지나 어머니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것저것, ‘고아지는 것들’의 주인으로 노인老人들이 등장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패턴은 이렇습니다. 노인들은 역겨운 무엇인가를 계속 고고 있고 그런 노인과 함께 사는 딸이나 며느리는 그것에 질색을 하며 그를 미워합니다. 그런 식의 스테레오타입 부녀(모녀)갈등은 특히 여류 소설가들의 작품에서 거의 트렌드화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소설들은 서로 너무 비슷해서 동일소설의 다른 ‘판본’이라는 느낌마저 줄 때가 있습니다. 가히 ‘부녀소설父女小說’이라는 장르를 하나 인정해야 할 듯싶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런 반反 <심청가>식 ‘부녀갈등’이 소재가 되고 있는(주제는 아닙니다) 두 편의 좋은 소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김숨)과 「저녁의 게임」(오정희)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소설, 혹은 진득한 것들> 중에서
주기적으로 해야 될 일에 분갈이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때로는 한 번씩, 자신을 포함해서 주변의 것들을 털어서 묵은 것들을 쏟아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번씩 ‘뒤집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때때로 새 흙을 공급해야 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때마다 새것이 보입니다. 물건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무사하고 좋아 보이는데 뒤집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멀쩡해 보였지만 허점투성입니다. 생각하는 것이나 믿는 것도, 물건처럼, 박음질이나 마감이 제대로 안 된 것들이 많습니다. 그 반대도 물론 있습니다. 겉은 고만고만, 별것 아닌 듯했는데 뒤집어서 안을 보면 사람을 놀라게 하는 대물(大物)도 있습니다.
-<묵은 흙을 털어내며> 중에서
▽▽▽
지은이
양선규
소설가. 창작집으로 『난세일기』, 『칼과 그림자』 등과 인문학 수프 시리즈 『장졸우교(藏拙于巧)』(소설), 『용회이명(用晦而明)』(영화), 『이굴위신(以屈爲伸)』(고전), 『우청우탁(寓淸于濁)』 등이 있으며, 연구서로는 『한국현대소설의 무의식』, 『코드와 맥락으로 문학읽기』, 『풀어서 쓴 문학이야기』 등이 있다.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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