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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

시인 황현 선생의 절명시 4수(페이스북 노트에 작성된 글)

난리 통에 어느새 머리만 희어졌구나

몇번 목숨을 버리려하였건만 그러질 못하였네

하지만 오늘만은 진정 어쩔 수가 없으니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만이 아득한 하늘을 비추는구나.

 

요사한 기운 뒤덮어 천제성(天帝星)도 자리를 옮기니

구중궁궐 침침해라 낮 누수(漏水)소리만 길고나

상감 조서(詔書) 이제부턴 다시 없을테지

아름다운 한장 글에 눈물만 하염없구나.

 

새 짐승도 슬피울고 산악 해수 다 찡기는듯

무궁화삼천리가 이미 영락되다니

가을밤 등불아래 책을 덮고서 옛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승에서 지식인 노릇하기 정히 어렵구나.

 

일찍이 조정을 버틸만한 하찮은 공도 없었으니

그저 내 마음 차마 말 수 없어 죽을뿐 충성하려는건 아니라

기껏 겨우 윤곡(尹穀)을 뒤따름에 그칠뿐

당시 진동(陳東)의 뒤를 밟지못함이 부끄러워라.

 

(시인 황현 선생의 [절명시] 4수)

http://www.facebook.com/note.php?note_id=167547633282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