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최돈선 스토리 에세이, 2014년 세종도서 우수문학도서)

사람을 못 견디게 사랑하는 물빛의 시인, 최돈선
거미줄같이 투명한 언어로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

 

최돈선 시인의 산문집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는 가슴속 따뜻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다.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온 최돈선 시인은 독자들에게 사람과 사랑, 인생에 대해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뿐만 아니라 인생의 다른 한 켠에 있는 서늘한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날카롭고 풍자적인 모습을 함께 담고 있다.
에세이 범람 시대! 기존의 에세이가 단순한 일상적 내용으로 독자에게 공감을 주었다면, 최돈선 스토리 에세이는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끊임없는 생각에 잠기게 한다. 또한 독자에게 끊임없는 의문을 갖게 하고, 생각에 생각을 남기는 깊이 있는 감동 에세이이다.

사람들은 최돈선 시인을 이렇게 부른다. ‘시인이 닮고 싶어 하는 시인’, ‘물빛의 시인’, ‘저 멀리 산모퉁이에서 깜빡이는 등불 같은 시인’. 최돈선 시인의 글은 그를 닮아 결이 곱다. 투명한 언어에서 나오는 글의 힘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게 한다. 현학적 언어나 누굴 가르치겠다는 의도 따위는 찾을 수 없고, 오직 생각의 여운을 남길 뿐이다.

 

가벼운 감성 에세이를 기대하지 마라!
첫 문장을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갈 수밖에 없다
부디 중독을 조심하시라

 

 



(2014년 세종도서 우수문학도서)

 

 

_ 차례

 

제1부 아름다운 이름을 부른다
지친 나무에게
의자
쥐와 자동차
로만틱 슈트라쎄
기억되는 모든 것을 위하여
100세 현역
배트맨
밥솥 암호
스무 살의 내 청춘아
진도하늘소, 류투!
녹우
난 학교가 싫다

 

제2부 어떻게 그리워하는지
겨울 엄마
시월의 마지막 밤
내 마음 어릿광대
겨울선로
물만 먹고 가지요
잼잼 잠자라 거기 거기 앉아라
어디로 가야 할지
첫눈
손가락에 터져 나온 울음
저무는 가을에 생강나무를 보았습니다
장바르 테페저그
느린 거리


제3부 이 빈 마음 안에 들어와서
한심한 도시골목의 철학자
슬픈 피에로의 웃음
슬픈 피에로의 웃음 테이프
그림자감옥의 소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상징에 대한 생각
개똥철학
예언
이뿐이는 오지 않았다
시치미 떼는 부처
디오게네스는 개였다
바다엽신
알사탕

 

제4부 사랑이란 말을 몰래 쓴다
뭉크가 내게로 왔다
칼을 갈며
레일로드666몽몽호
인형의 나라에서 하룻밤을
풍경열차
아파도 사랑 한 번
깃동잠자리
샘밭 시인들
제야의 반성
알어? 몰러. 몰러? 알어.
흐름
증오심에 대한 생각
시인

 

 

_ 추천사

 

시인 최돈선을 만나는 순간 누구나 일체의 위엄과 허식을 잃고 헬렐레 풀어진다. 그리하여 그의 글을 통해 그를 만나는 일은 사뭇 즐겁다. 선문답의, 올찬 생각과 죽을 맞춘 그의 삶이 투명한 아포리즘이 되어 우리들 마음 그늘진 데를 환히 밝혀주기 때문이다.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의 그 종소리, 듣고 싶다.
(전상국_작가)

 

시인 최돈선은 대학시절 나와 자취생활을 같이 했다. 그는 내 친구이면서 내 글의 사부이기도 하다. 그는 내게, 낱말은 씨앗이고 글쟁이는 농사꾼이다, 라는 장인정신을 전수해 주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단어라도 눈물에 적시지 않고 파종하면 말라 죽는다. 그에게서 배운 철학이다. 그는 사람을 못 견디게 사랑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그놈의 사랑 때문에 소리 죽여 흐느낀다. 어머니, 라고 쓴 다음 소리 죽여 흐느낀다. 사람, 이라고 쓴 다음 소리 죽여 흐느낀다. 눈물에 적셔서 파종한 그의 모든 낱말들은 푸르고 무성한 숲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을 흔든다. 그의 글에는 감동이 있다. 강추 한 방을 날리면서 첨언하나니, 부디 중독을 조심하시라. (이외수_작가)

 

우리가 먼 길을 걸어갈 때 여러 개의 붉은 불빛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가로등은 당장 우리의 발밑을 밝혀주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서 깜빡이는 등불 하나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알려준다. 내 청춘의 외롭고 시린 시절 춘천에서 만났던 선생님의 모습이 그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선생님의 글은 늘 따뜻하면서도 명징하고 아름다워 책 속에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 같다. (이순원_작가)


시인이 닮고 싶어 하는 시인, 유년의 강을 건너오면서 잃어버린 천진함을 지금도 간직한 채 오후 네 시의 그윽함을 즐기는 시인 최돈선. 풍경처럼 초롱꽃들이 딸랑거리고 그 너울 속에서 나는 그를 만나러 간다. (최계선_시인)

 

최돈선은 물빛의 시인이다. 그 물빛에 잠기면 세상의 슬픔도, 그리움도, 덧없음조차도 모두 투명한 노래가 된다. 삶의 응달과 양달을 다 불러서 한가슴에 껴안고 흐르는 위안의 힘! 시인의 깊고 따스한 음성은 어찌 이렇게도 눈물겨워서 또 한 영혼을 깨우는가. (류근_시인)

 

 

_ 추천사

 

오랜 불면의 밤이었다.
눈이 그치고 바람이 불었다. 하늘은 흐려서 별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다. 만약 별이 보였더라면 가슴이 더 아팠을 것이다. (10쪽, 지친 나무에게)

 

때로는 내 가지가 부러지기도 했으나 나는 그 상처로 하여 더욱 강하게 내 몸을 견디고 키워 왔다. 나는 나를 키우기 위해, 내 흙의 침묵 속에 더 깊이 뿌리를 박았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살아가노라면 조금씩 모두들 흔들린다. (14쪽, 지친 나무에게)

 

바람처럼 쓸려간 어머니의 기억속엔, 지금의 나는 없네. 옛날의 어린 나만 남아 있네. 이 시월의 마지막 밤에 그런 희미한 어머니가 메아리처럼 떠 있네. 슬프고도 외롭게 떠 있네. 나는 차마 어머니를 부르지 못하네. 이 밤이 다 가도록 나는 나의 어머니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네. 그런 천치 같은 아들로 먼 가을 밤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만 보고 있다네. (104쪽, 시월의 마지막 밤)

 

이 세상 가장 죄없는 소년이 어떻게 그리워하고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눈만은 알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밤에도 우리가 잠든 사이에 소리없이 눈은 내린다. (144쪽, 첫눈)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니. 이제 우린, 다시 행복해졌어. (158쪽, 장바르 테페저그)

 

전철 안, 열차 안, 식당, 휴게소, 공원벤치, 심지어 길 가면서까지 이 빛나는 작은 상자 안에 코들을 박고 있다. 교신은 아름답다.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소낙비가 이들의 어깨에 쏟아질지라도 그것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이들은 교신을 한다. 잠들어 꿈속에서도, 이 빛나는 작은 상자를 손에 꼭 쥔 채 알 수 없는 먼 영혼과 교신을 한다. 계절이 바뀌어도 태양 한 번 쳐다보지 않고, 자꾸만 작고 빛나는 상자에 코 박고 교신을 한다. 미지의 어디론가를 향해 자꾸만 자신이 불안해져서 교신을 한다. 대답하라 스티브잡스 스티브잡스… (165쪽, 한심한 도시골목의 철학자)

 

햇빛이 자꾸만 달아난다고 투덜거리던 늙은 철학자는 그늘진 골목에서 햇빛사냥에 골몰하다 마침내 얼어 죽었다. 그가 남긴 의문의 화두 하나. 겨울엔 햇빛이 미치게 그립고 여름엔 햇빛이 미치게 싫다. 햇빛은 좋은 놈일까요, 아니면 나쁜 놈일까요. (165쪽, 한심한 도시골목의 철학자)

 

천 년을 어찌 견디라고.
무심히 그냥 세월을 보내면 되지.
따분하고 지루하고 졸리고….
졸리면 그냥 자거라. 내 이 빈 마음 안에 들어와서. (217쪽, 시치미 떼는 부처)


사랑하는 사람아.
이렇게 첫머리를 쓰고 목이 메어 울었다. (245쪽, 바다엽신)

 

나의 시에 이런 시가 있다. “영혼이 배고픈 새는 아침이 되자마자 이슬꽃이 되어 스러진다 한다. 나는 그 영혼이 배고픈 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
그렇다. 나는 ‘영혼이 배고픈 시’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리는 시인이고 싶다. (332쪽, 시인)

 

 

_ 작가소개 <최돈선>

 

강원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와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칠년의 기다림과 일곱 날의 생』, 『허수아비 사랑』, 『물의 도시』,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등이 있다. 음률이 고요하고 아름다우며 거미줄같이 투명한 언어로 직조된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애송되고 있다.

최돈선의 산문 또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첫 문장을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 최돈선 문장의 매력이다. 최돈선의 산문은 따뜻한 감성과 탄력 있는 질감의 언어가 주조를 이룬다. 간결한 톤과 깊은 성찰의 사유가 한데 어우러진 그의 글은 읽는 이의 가슴에 깊은 감동의 메아리를 던져준다.

최돈선은 틈틈이 동화와 희곡도 쓰고 있다. 그의 작품 「바퀴를 찾아서」는 2007년부터 ‘꿈동이 극단’의 인형극으로 각색되어 국내 장기 공연을 하고 있고, 2013년 6월엔 중국 심양을 비롯하여 동북지역 5개 도시를 순회하며 인형극 공연을 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