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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비평

한국문학의 거짓말(정문순 평론집/ 2012년 문학나눔 우수도서/ 작가와비평 발행)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


이 책은 문학평론가 정문순의 첫 번째 평론집이다. 11년 동안 문단에 발표하고 써왔던 글들을 모았다. 문학평론가 정문순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단연코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의 제목 <<한국문학의 거짓말>>도 2000년대 초기 표류(표절시비 포함)하고 있는 문학의 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온 것은 아닌가 한다.




도서명: 한국문학의 거짓말
지은이: 정문순
펴낸곳: 작가와비평
신국판 / 352쪽 / 값 17,000원 / 2011년 12월 30일
ISBN  978-89-97190-11-9 93810

2012년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 선정도서(평론 부문)

★★★문학평론가 정문순,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한국문학의 거짓말’의 대표적인 글을 보려거든 <‘혀’와 진실 그리고 거짓말>(이 책 272~289쪽)을 보면 될 듯싶다. 물론 이 글은 2008년 쓴 글이지만 문단에는 미발표된 글임을 밝혀둔다.

★★★목차에서 등장하는 단어(키워드)를 보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추측해 낼 수 있다.
통염, 오해와 편견, 윤리의 실종, 비판과 수용, 어미 소 본능, 귀속되는 폐허의 몸, 감정의 낭비와 허위의식, 빈곤문학의 길 찾기, 좌절과 모색, 침몰하는 언어,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과 소음 없는 시들, 포획된 여성의 몸, 무거운 남자, 순응과 패배의 찬가들, 소설의 죽음, 혀와 진실 그리고 거짓말, 패배주의, 서사의 빈곤, 불균등한 욕망, 길 잃은 한국 소설, 역사 없는 역사소설…. 이것이 한국문학의 현 주소가 아닌가!!!!!

10년 전의 문제 인식, 지금도 효력 잃지 않아(문학평론가 정문순의 변)

평론을 처음 발표할 당시와 지금은 강산이 한 번 이상 변하는 시간이 흐른지라, 지금 시점에서 보면 낡고 생뚱맞은 글들이 대부분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2000년대 초기와 지금의 문학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일례로 여성문학과 후일담 소설을 지금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돼버렸다. 이제는 한때 그런 소설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냐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이 책 속의 평론들을 처음 발표할 당시에 자본과 문학의 밀착이나 문단의 상업주의를 마치 나만 발견한 듯 말했는데 이제 와서 보면 누구나 다 아는 대단치도 않은 사실을 새삼스럽게 말한 셈이 돼버렸다. 유효기간이 끝나고 먼지가 켜켜이 쌓여가는 글들을 세상에 다시 내보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또 당대 문학의 풍향계를 깊고 널리 탐사하지 못한 글들이 대부분이고, 거론된 작가나 작품도 한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소략하다. 나는 내 글에 대해서도 성실한 독자가 되지 못했다. 글을 한번 발표한 뒤에는 다시 찾아 읽지 않은 것들도 적지 않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 글은 다시 읽어보지 않았다. 출간을 염두에 두고 다시 읽어보니 자기 확신에 휘둘려 거칠고 과격한 표현이나 논리적 비약을 서슴지 않은 것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겠구나 싶은 글들도 적지 않다. 이래저래 굳이 세상에 다시 나올 일이 없는 글들이었다.
그러나 내 책에서 조금이라도 얻어갈 것이 있는 소수의 독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을 떨칠 수 없었다. 당대 한국문학에 대해 다분히 냉소적인 나로서는 십 년 전의 문제 인식이 지금도 효력을 잃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작가들이 여전히 바뀌지 않은 문학 환경에 휘둘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도 떨칠 수 없다. 상업주의와 더욱 밀착해가는 문단 풍토하며, 여성 작가들에게 자신들과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면서도 남성지배적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이중적 시선 등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 글은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세게 밀고 나갔어야 했던 것들도 적지 않다.
출간에 즈음하여 나 자신에게도 부끄러운 것이 많다. 나는 신춘문예나 문학잡지 공모를 통해 등단하지 않았고 문학평론가라는 직함은 우연한 기회에 과분하게 주어졌다. 아마 나처럼 비평 활동을 시작한 사람도 희귀할 것이다. 더욱이 나는 흔한 문학 학위도 없으며 문단 안에 몸을 둔 적이 없다. 문학으로 밥을 먹으며 피와 살을 만든 적이 없을 정도로 나는 문학과 밀착하여 살아오지 못했다. 글쓰기의 고통을 감내하여 글쓰기와 한몸이 되어 살지 못한 내게 문학은 부끄러운 이름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기성 문단의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나는 이 행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발표한 글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거나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피드백을 들을 기회도 거의 없었다. 흔히 욕보다 무관심이 더 큰 저주라고 하는데, 나는 그저 눈에 띄지 않는 변방에서 빈사지경의 환자가 숨통을 겨우 이어나가듯이 드물게 변변찮은 글을 발표했던 사람이다. 그동안 내 글쓰기는 보잘것없는 실력과 게으름 덕분에 독자 없는 자기만족에 머무르는 자족행위에 불과했다. 나만 알고 있고 내가 거의 유일한 독자인 내 글들을 다시 세상에 방출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세상과 호흡하고자 하는 욕구가 나를 자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폐에 빠지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해묵은 글들을 다시 세상에 내보낸다.


▌책 속으로▐

표절 문제는 작품 외부에 존재하지 않고 도리어 작가의 양식은 물론이고 작품 세계, 세계관 등과 떼어놓고 파악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 26쪽)

따온 글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 인용자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의무임을 모르는 소치이다. 게다가 표절로 비판받아도 족한 일을 자신의 불찰 정도로만 인정하고, 창작집을 낼 때 출처만 밝히면 그것으로 문제가 무마되리라고 생각한 것 또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 27쪽)

문예지나 문학 전문 출판사의 신인문학상이나 신인추천 제도도 많은 잡음과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도 역시 제도권에 있고, 문학이란 활동 자체가 제도의 영역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거부할 수 없는 점이 있다. 그러나 언론이라는 제도권의 영향력은 문예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이며, 언론이 문인을 선발한다는 것과 아울러 시험을 통해 자격자를 선발하듯이 문인을 뽑는 방식은 반문학적인 행태에 불과하다. 제도가 언어를 다스리려 한다면 필연적으로 언어는 왜곡되게 마련이다. 문학의 언어는 끊임없이 제도권과 싸우며 자신의 존재를 정립해가는 것이 운명이다. 아직 불완전할지언정 문인의 선발권은 문인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 그들의 혀를 자유롭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저널리즘적 대중성에 침몰하는 언어들; 178~179쪽)

진실을 캐내는 일에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혀’와 진실 그리고 거짓말; 289쪽)


▌차례▐

제1부 여성적 글쓰기의 실체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 신경숙의 <<딸기밭>>
여성문학의 성장, 오해와 편견들: 신경숙 소설의 보수주의
시민적 윤리의 실종, 비판과 수용을 넘어: <<마이너리그>>의 고찰과 관련하여
어머니, 영원한 타자의 이름인가?: 나희덕과 김선우 시의 모성적 인식에 대해
어미 소 본능에 대하여: 공선옥론
가부장에 귀속되는 폐허의 몸: 천운영론
감정의 낭비와 허위의식, 1990년대 여성 작가들: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의 작품세계
빈곤문학의 길 찾기, 좌절과 모색: 1990년대 이후 소설들과 빈곤

제2부 체제의 하수인이 된 문학

뒤집기인가, 현실 긍정인가: 김종광의 <<경찰서여, 안녕>>
저널리즘적 대중성에 침몰하는 언어들: 2001년 신춘문예 유감
문학의 탈정치화와 문학집단의 정치학: 한 신생 문예지의 생존 방식에 대해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과 소음 없는 시들: 2002년 시집 평
포주의 시선에 포획된 여성의 몸: 황석영의 <<심청>>론
‘무거운 남자’의 존재론: 유홍준의 <<喪家에 모인 구두들>>
탈주와 전복 내세운 순응과 패배의 찬가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와 박진규의 <<수상한 식모들>>
소설의 죽음, 이문열 문학의 파탄과 소설의 정치화: <<호모 엑세쿠탄스>>
‘혀’와 진실 그리고 거짓말: 조경란의 <<혀>> 표절 논쟁에 대해
자기 지시적 글쓰기, 패배주의와 나르시시즘을 넘어: 한유주, 배수아, 서준환

제3부 그리고 부스러기들

우물 안에 갇힌 서울내기들에 대해: 윤후명, 「시(詩)의 돌담길」
미궁으로 남겨진 ‘50퍼센트’: 이호철, 「동베를린 일별(一瞥) 기행, 2003년 가을」
서사의 빈곤과 문학의 윤리: 이응준, 「어둠에 갇혀 너를 생각하기」
불균등한 욕망, 정치성의 배제: 정이현, 「어두워지기 전에」
길 잃은 한국 소설, 역사 없는 역사소설: <<칼의 노래>>, <<검은 꽃>>을 통해 돌아본 2004년 문단
민족보다 인간에 대한 연민을 넓혀주다: 박경리의 <<토지>>


▌지은이 소개▐ 정문순

1969년 생.
문학평론가.
2000년 신경숙 관련 평론을 발표하며 비평 활동 시작.
여성문화동인 <살류쥬> 편집위원 역임.
2001년 이후 인터넷웹진 <대자보> 편집위원으로 사회비평 잡문 집필 중.
≪경남도민일보≫ 칼럼 필진, 논설위원.
저서로 <<불가사리-극우야 잦아들어라>>(공저), <<아웃사이더의 말>>(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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