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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작가와비평

국가과 광장을 논하다:::작가와비평 10호


[작가와비평] 10호는 특집으로 <<국가와 광장을 논하다>>를 꾸려 보았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 자본주의 사회는 여러 가지 변화를 겪어 왔다. 신자유주의를 필두로 한 경쟁체제의 본격화와 실용주의 이데올로기의 대두, 그에 따른 인문주의 및 인간적 가치 추구의 위기를 무엇보다 먼저 들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다시 촛불로 광장이 뜨겁게 달궈지는 사건과 잇단 시국 선언이 있었는데, 이 역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감지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 변화의 맥락 속에서, 이번 호 특집에서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광장이 갖는 의미를 재조명해 보고자 했다.

은수미의 <국가와 위험사회>는 1997년의 경제위기와 2008년의 경제위기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위험이 반복되고 커질수록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집단이 보다 분명해짐을 밝힌 글이다. 풍요가 그런 만큼 위험도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함을 깨달을 때 사회의 자기보호운동, 혹은 호혜성의 원리의 실현가능성도 열릴 것이라고 이 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김원의 <인문학의 위기와 광장의 위축>은 과거 인문학이 상실했던 광장을 다른 방식으로 전유할 가능성을 각종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인문강좌와 자기역사쓰기 등의 실험을 통해 찾고 있다. 인문학 연구자가 광장을 만들어 주는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들 스스로가 광장을 열어 나아가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문학의 변신을 언급한 점은 중요해 보인다.

정은경의 <중년의 ‘신세대’, ‘분단’과 ‘통일’을 사유하다>는 김영하의 [빛의 제국]과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을 중심으로 90년대 신세대 작가들의 최근 작품에서 발견되는 분단과 통일에 대한 사유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글이다. 정은경은 이 두 작품에서 궁극적인 타자란 없으며, 따라서 분단도 통일도 없고 오로지 자본과 욕망만이 있을 뿐임을 정확히 직시하고 있다. 김정남의 <수사의 논리, 혹은 식자우환의 세계>는 최근 10년간 문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작가 김애란, 박민규, 김연수, 김훈, 정지아의 작품을 중심으로 최근 우리 소설의 공과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서술한 글이다. 넘쳐나는 말들의 비린내, 그 수사의 현란한 장식과 현학의 장광설로는 이 시대의 비극을 한 조각도 제대로 비출 수 없다는, 이 시대의 시인, 작가, 평론가를 향한 그의 단언은 뼈아프다. 서희원<‘네이션’에 대한 사유의 심화와 재현의 실패>는 정도상의 [찔레꽃]과 전성태의 [늑대]를 중심으로 이들이 인식한 네이션과 국가의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작가들의 미학적 대응을 살펴보고 있다. 서희원은 민족문학을 지지하는 문학종사자들의 순박한 바람과는 달리 네이션의 미학적 재현은 기존의 민족문학에서 중요하게 설파한 중심 서사에 대한 패러디와 탈신비화로 진행될 것이며, 네이션이 은폐하고 있는 자본과 국가 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심층적 고찰을 통해 이들의 견고한 결합에 균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 시대의 상상력>> 꼭지에서는 최근에 [늑대]를 출간한 소설가 전성태를 다루었다. 먼저 소설가 전성태와 평론가 이선우가 자유롭게 주고받은 풍성한 내용의 대담 <‘전성태’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신다면>을 마련하였으니 즐겁게 읽어 보시기 바란다. 이소연의 <상실과 부재의 언저리에서-경계를 향한 글쓰기>에서는 전성태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고향이 결핍의 대상으로서, 더디게 애도되기 위해 그 자리에 존재하며, 전성태의 인물들이 국외자의 입장에서 바라만 볼 뿐 욕망의 한복판에 내던져져 뜨겁게 산화하는 법이 없음을 언급하고 있다. 최강민의 <변경의 상상력과 낭만적 리얼리즘>에서는 전성태의 소설은 낭만성이 현실 극복 의지로 전이되고, 동시에 리얼리즘의 치열한 비판정신과 구체적인 산문화가 결합할 경우 빛을 발해 왔다고 본다. 그는 전성태 소설의 특징을 농촌소설, 액자소설, 이야기꾼의 서사, 기억의 서사 등으로 요약하면서, 전성태가 즐겨 사용하는 서사의 기본 공식인 이야기꾼의 서사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지적하고, 이야기꾼이라는 매개항을 버리고 직접 서사의 중심으로 뛰어들기를 조언하고 있다.

<<이 작가를 주목한다>> 꼭지에서는 장편소설 [여덟 번째 방]을 출간할 예정인 소설가 김미월과 최근에 두 번째 시집 [우리들의 진화]를 출간한 이근화 시인에 대해 다루었다. 강희철은 <위무의 수사학, 그 이중적 효과에 대하여>에서 김미월을 비롯한 많은 여성 작가들이 우화적 성격에 기대어 대상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위무의 수사학이 공포의 엄습에 무력하며, 타자를 위무하는 것은 타자의 무한성을 긍정하는 방식으로 살피는 윤리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고봉준은 <소울 메이트, ‘우리’라는 이름의 공동체>에서 이근화의 시를 감각, 사이, 진화, 비유, 우리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읽어 낸다. 그는 이근화의 ‘우리’가 배제를 의미하는 호명방식이 아니라 모든 타자들을 불러들이는 ‘우리’라는 공명의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이근화의 시에서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감정의 공명을 통해 결성되어야 할 관계이며 심연에 의해 찢긴 채로 함께 존재하는 관계임을 밝히고 있다.

지난 호부터 새롭게 마련한 <<우리 시대의 이론 읽기>> 꼭지에서는 자크 랑시에르의 [문학의 정치]를 새롭게 읽은 정의진의 <문학의 특수한 정치와 문학적 민주주의>를 실었다. ‘쟁점 비평’ 꼭지에서는 전성욱의 <블로그에 소설이 어쨌다구?>라는 글을 통해 동물화하는 한국 소설에 대해 비판적으로 점검해 보았다. 그밖에 투고 평론으로 류신의 <이카루스 멜랑콜리쿠스>를 실었다. 흥미로운 글이니 읽어 보시기 바란다.

반년간지로 비평 전문지를 발간하다 보니 원고 수합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 이번 호도 사실 더 풍성한 특집으로 꾸려졌었는데, 원고 수합의 어려움으로 특집 원고의 일부는 싣지 못했다. 문학의 독자도 줄어드는 시대에 비평 전문지를 지속적으로 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서로 독려하면서 어렵게 10호까지 비평 전문지 [작가와비평]을 꾸려왔다. 앞으로도 어려움은 계속되겠지만, 그럴수록 [작가와비평]을 살리는 길은 생산적인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의 애정 어린 비판을 기다린다.

2009년 11월 편집동인을 대표해서 이경수 쓰다
[작가와비평] 동인: 최강민・이경수・고봉준・정은경・김미정・김정남・이선우

 

통권 10권 / 발행일: 2009.10.31 / 발행처: 글로벌콘텐츠 / 288쪽/신국판/15,000원 / 구입문의: 02-488-3280 또는 서점 및 인터넷서점 / 메일: wekore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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