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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작가와비평

88만원 세대의 상상력::::작가와비평 11호


11호를 발간하며

삶이 갈수록 힘들어져가는 이 시점에서 작가와비평은 2010년 상반기호를 준비했다. <특집 1>은 이 시대 20대의 정체성을 묻는 작업이었다. 세대론은 구세대와의 차별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특성을 알려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대론은 귀납법적 방법을 통해 세대의 특성을 추출하다 보니 보편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세대론은 보통 신세대가 구세대를 몰아내고 새로운 권력을 잡기 위한 헤게모니 담론으로 이용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매스미디어와 자본은 주기적으로 새로운 세대를 새로운 신상품처럼 호명하여 유행을 창조하기도 한다. 이처럼 세대론은 세대론을 호명하는 주체의 여부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띤다. 세대론이 말하는 세대론적 특성은 자명한 보편성이 아니다. 따라서 세대론이 말하는 세대의 특성은 일종의 허구적 담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세대론을 언급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특성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포착하고 선도하기 위함이다. 세대론이 새것 콤플렉스에 빠지거나 새로운 권력 욕망에 중독되지 않는 한 세대론은 여전히 의미 있는 작업일 수 있다.
이번 11호에서는 2010년대 문단에서 새로운 세대로 불리울 수 있는 20대 문인을 중심으로 20대의 정체성을 탐색했다. 우석훈은 요 근래의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호명하기도 했다. 작가와비평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최근에 등단한 신인 소설가와 시인, 그리고 문학평론가들의 발언을 앙케이트로 모아보았다. 소설가로 김금희·김기홍·이반장·임세화·정용준, 시인으로 민구·유희경·이은규·정영효·한세정, 문학평론가로 김나영·송종원이 앙케이트 설문에 답해준 분들이다. 문화평론가 김성윤은 다양한 20대 세대론을 다시 호명하다를 통해 2000년대에 등장한 세대론에 대해 비판적 접근을 시도한다. 김성윤은 자본 권력과 주류 미디어가 주도해온 세대론의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세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한다. 문학평론가 이선우는 청춘의 종언과 선언 사이에서 20대 소설가의 소설에서 종말론적 상상력이 강하게 나타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종말론적 상상력은 세계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 출구를 발견하지 못한 20대 소설가의 절망적 포즈가 반영된 것이다. 문학평론가 이경수는 우리는 아직 진행 중에서 20대 시인들의 시가 미래파 시인들의 영향권에서 성장해왔음을 지적한다. 이경수는 20대 시인들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기성의 것에 도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아직까지 뚜렷한 정체성을 보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 시대의 상상력> 코너에서 초대한 작가는 최근 북쪽 거실이라는 장편을 낸 소설가 배수아이다. 1993년에 등단한 배수아는 줄기차게 소설을 써왔다. 이국적 글쓰기에서 발원한 배수아의 글쓰기는 2000년대 들어 철학적 깊이와 실험적 글쓰기를 결합시켜 독특한 아우라를 생산하는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문학평론가 백지은이 소설가 배수아를 만나 소설에서 접할 수 없었던 작가의 생생한 숨결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문학평론가 이정현은 배수아 등단작에서부터 시작해 최근작까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면서 배수아의 작품세계를 이야기-상품의 메커니즘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작가라고 평한다. 이정현에 따르면 배수아의 전면적인 거부는 소수의 독자와 교감하는 ‘마니아적 소통’을 꿈꾸는 글쓰기이다. 문학평론가 이광진은 최근작인 북쪽 거실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작품론을 통해 배수아의 작품 세계에 접근한다. 이광진은 배수아의 문학적 내공을 태곳적 물음(세상의 모든 완료형 예언들)을 무모하고도 전략적으로 파헤치는 가공할 ‘글발’에 있다고 높게 평가한다. 독자 여러분들은 인터뷰, 작가론과 작품론을 통해 배수아의 작품 세계에 좀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특집 2>는 <‘국경’을 읽다>이다. 세계는 신자유주의 체제와 인터넷의 활성화, 전지구적 환경문제 속에 민족국가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국경선 체제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자본은 국경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대규모의 이주노동자를 생산하고 있다. 인터넷은 각국의 검열을 무력화시키며 이쪽과 저쪽을 동시에 연결한다. 또한 환경의 문제는 어느 일국의 문제가 아니라 인근 국가나 전세계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의 문제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경의 문제는 단순하게 공간적 구획만이 아니라 인종, 민족, 성별, 계급, 지역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이다. 고봉준은 고향 상실과 멜랑콜리에서 W. G. 제발트의 이민자들이라는 장편소설을 통해 국경의 문제를 다룬다. 국경과 이민 문제에 지속적 관심을 표출해온 소설가 김재영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장편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가 전쟁과 테러, 차별과 착취가 난무하는 야만의 역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좀 더 ‘이성’을 발휘하는 일종의 호소문이라고 파악한다. 문학평론가 정은경은 근대 ‘이후’의 서사시에서 코맥 맥카시의 작품이 모더니즘의 협소함과 난해함을 빗겨간, 보기 드문 본격 소설의 성취라고 평한다.
비교적 젊은 작가를 조명하는 <이 작가를 주목한다> 코너에 선정된 작가는 소설가 명지현과 시인 송경동이다. 문학평론가 김정남은 소설에 바침에서 명지현의 소설 세계를 탐문한다. 작가 명지현이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통찰로 빚어낸 은유의 서사는, 이야기의 본질적 의미를 내재한 뛰어난 소설론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남은 명지현의 소설이 우리에게 확고한 서사의 지침이자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은 직설의 미학과 그 너머에서 송경동의 작품 세계를 직설의 미학으로 규정한다. 이성혁은 연대와 희망을 끊임없이 주창하면서도 이것을 실존적 나와 연결하는 송경동의 시 쓰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연속기획인 <우리 시대의 이론 읽기>에서 선정된 사람은 수전 손택이다. 한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인 임옥희는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수전 손택의 사상과 이론을 심층적으로 접근한다. 임옥희는 지금은 비록 고인이 되었지만 이론과 사회적 실천을 끊임없이 연결시켰던 수전 손택의 선구자적 업적을 높게 평가한다. <포커스>에 실린 비인간의 세상, 끝나지 않은 기다림은 문학평론가 정홍수의 권여선론이다. 권여선은 2000년대에 들어 주목할 만한 글쓰기를 보여준 중견작가이다. 정홍수는 권여선의 최근작을 중심으로 그녀의 작품 세계를 개성적으로 읽어낸다.

작가와비평은 2004년에 창간되었다. 횟수로 보면 7년째이다. 소장평론가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작가와비평의 초발심이 계속 지켜졌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나름대로 하느라고 몸부림치면서 버둥거렸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다지 한 일이 없다는 자괴감을 씻을 수 없다. 기존 주류의 문예지와 다른 목소리를 얼마만큼 생산해왔는가라는 비판적 질문 앞에 우리 작가와비평 동인들은 당당하게 대꾸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다시 초발심으로 돌아가 과연 작가와비평이 지금, 여기에서 과연 할 수 있는 몫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뼈저린 성찰을 시도한다. 동인들의 자아성찰 속에 최종적 결론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작가와비평이 주류 문예지가 하지 못하는 비판적 대안 담론의 창출에 좀더 역량을 집중할 때라는 것이다. 하반기호에서는 이러한 편집동인들의 고민에 걸맞은 형식과 내용의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
새로운 목소리를 창출하기 위해 무엇보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새로운 편집동인을 영입하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학진의 논문중심주의 강화와 비평의 논쟁성 상실 속에 현장평론이 위축되면서 문학평론을 천직으로 알고 열정을 바치는 문학평론가의 숫자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문예지의 침체 속에 더욱 강화되는 주류 문예지와 출판 자본의 헤게모니 속에 문단 주류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차별적인 목소리를 드러낼 문학평론가의 숫자도 급감하고 있다. 이것은 문단의 보수화와 새로운 전망의 부재를 의미한다. 작가와비평은 기존 문단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젊은 문학평론가들의 동참을 적극 열망한다. 작가와비평은 문학 중심지로서 문학에 가급적 초점을 맞추어왔다. 하지만 이제 문학만에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대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인문학적, 사회학적 평론도 적극 끌어안고자 한다. 많은 평자들과 독자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2010년 뜨거운 봄날에
편집동인들을 대신해 최강민 쓰다
편집동인 최강민·이경수·고봉준·정은경·김정남·김미정·이선우

통권 11권 / 발행일: 2010.06.30 / 발행처: 글로벌콘텐츠 / 312쪽/신국판/15,000원 / 구입문의: 02-488-3280 또는 서점 및 인터넷서점 / 메일: wekore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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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를 발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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